니케이와 토픽스가 30년 전 일본 경제 버블 붕괴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상승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 중 상당수가 PBR이 1 미만으로 저평가되어 있는 데다가, 일본 정부의 강제에 일본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 소각,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정책을 펴고 있어, 실적개선의 흐름을 타고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우리나라 증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일본 증시 소식을 살펴보자.
일본 증시의 주주 친화 정책과 우리나라 증시에 주는 교훈
불타오르는 일본 증시
일본 증시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코스피 200에 해당하는 일본의 닛케이 225 지수가 2023년 5월 22일 31,352.53을 기록해 1989년 12월의 38,957 이후 2008년 10월 6,994.90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30년 전의 버블 붕괴 직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한 세계 주요국의 증시와 달리 일본 주식 시장이 이렇게 호황인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일본 기업들의 역대급 실적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엔저 현상과 코로나 이후 리오프닝이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데, 달러 대비 환율이 110엔 미만이었다가 2022년 10월 150엔선을 돌파하고 130엔 이상을 기록하면서 수출 실적이 크게 개선됐고, 투자자들은 향후 환차익에 대한 기대감마저 높아졌다.
일본 증시 활황의 배경
우리나라 투자자의 일본 투자도 증가했는데 이번 달 일본 주식 시장에 투자한 국내 자금은 무려 4조 원을 넘어섰고, 워런 버핏도 일본 5대 상사에 대한 투자 비율을 늘렸다. 일본 정부는 주식 시장을 부양하기 위해서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최근 두 가지 강력한 정책을 펴면서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증시 참여
첫 번째로 기시다 내각이 들어서면서, 저축보다는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 예금에 묶여 있는 금융자산을 투자 쪽으로 옮기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인 ISA를 일본에서는 N을 붙여 NISA로 부르는데, 일본 정부는 NISA의 금액 혜택을 두 배로 늘리고, 기간도 늘려서,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으로 넘어올 수 있는 통로를 마련했다.
저평가된 일본 기업의 주주 친화 정책
둘째로 일본의 경우 상장사 중에 40% 정도가 PBR이 1배에 못 미치는데 도쿄 거래소에서 이들 기업에 왜 PBR이 1배에도 못 미치는 이유를 소명할 것을 요구했다. PBR(주가순자산비율)는 주가를 1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총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과 현재 주가를 비교한 수치다. PBR이 1배가 안 된다는 얘기는 이 기업이 당장 파산하면 받을 수 있는 청산가치만도 못하게 주가가 낮게 거래된다는 얘기다.
일본 거래소는 일본 기업의 자사주 매입 소각, 배당 확대 등의 주주 친화 정책이 미국에 비해 너무 부족하고, 이로 인해 일본 주식 시장이 저평가를 받고 있다는 문제의식으로 일본 기업들을 압박한 것이다. 이러한 압박이 어느 정도 통해서, 일본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소각이 사상 최대에 달하고 있다.
아베노믹스 때는 적극적인 통화 정책으로 유동성을 공급하여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이로 인해 일본 수출 대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고 실적이 좋아져 주가가 오르도록 했다. 반면 최근의 주가 상승은 기업들이 강제적으로 주주 친화 정책을 펴게 하여 주가가 상승한 경우로, 주식 시장 부양이라는 결과는 같지만, 방법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워런 버핏의 일본 투자 배경
워런 버핏이 일본 주식을 늘린 정확한 이유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버핏이 다른 투자처는 신중하면서 일본 주식의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PBR이 1이 안 되는 저평가 주식이 많은 점, 일본 기업들이 주주 환원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 등이 메리트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버핏이 가장 많은 주식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애플이다. 애플은 어마어마한 자사주 매입 소각과 현금 배당 정책을 펼치는 주주 친화적인 기업이다. 워런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도 자사주 매입 소각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최근 버핏의 투자의 결을 따라가 보면 이처럼 주주 환원책을 늘려가는 기업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버핏의 일본 기업 투자도 그러한 차원으로 바라볼 수 있겠다.
최근 일본의 주식 시장이 활황을 보이는 자금원의 주체는 외국인이다. 30년 전 버블이 한창인 시절 개인 투자자 비중이 40%가 넘었지만, 현재는 16%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외국인과 기관이 반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이 계속해서 높아져 가고 있다.
어느 섹터가 활황인가?
일본의 산업군은 기본적으로는 한국하고 비슷하지만, 두 가지 큰 차이가 있다. 하나는 우리보다 내수 시장이 커서 소비자 기업의 비중이 우리보다 높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우리나라는 1등 산업이 IT이고, 2등이 자동차, 2차 전지 등인데, 일본은 자동차가 1등, IT가 2등이다.
이번 증시 활황에서는 일본의 전반적인 섹터가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환율과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수출 기업들의 성적도 좋고, 우리나라 관광객이 많이 가는 등 관광 업계 수지도 개선되고, 일본의 내수 기업들도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
니케이와 토픽스의 동반 상승의 의미
니케이와 토픽스 지수가 둘 다 많이 오르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닛케이와 토픽스는 산정방식이 매우 다른데, 닛케이는 시가총액 가중으로 지수를 매기지 않는 미국의 다우존스와 같은 방식으로, 회사가 크다고 해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반면 토픽스는 코스피, 나스닥처럼 시가총액 가중 방식의 주가지수로 예를 들어, 전통 기업인 NTT는 토픽스에서는 1.7%의 비중을 차지하는데, 니케이에서는 1%가 안 된다. 유니클로는 니케이에서는 11%, 토픽스에서는 0.4% 비중이다. 성장성 있는 소프트뱅크 같은 경우도 니케이에서는 3%가 넘는데, 토픽스에서는 1% 내외로 양 지수의 섹터별 불균형이 매우 심하다.
니케이에서는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토픽스에는 전통적인 산업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렇게 산정방식이 매우 다른 니케이와 토픽스가 모두 올랐다는 것은 일본 주식 시장이 섹터 구분 없이 전반적으로 활황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증시 향후 전망
향후 일본 증시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인 시각이 증가하고 있다. 아직도 PBR이 1배 미만인 기업이 너무 많고, 일본의 특성상 정부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이 기업들이 주주 친화 정책을 도입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최근 수년간의 일본 정부 정책의 일환으로 일본 증시를 부양하고 일본 기업이 이에 호응하는 현상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주 친화 정책으로 주식 시장의 체질이 변화하는 일본 소식을 들으며 부러워지는 건 무얼까?
일본 기업들이 자의가 됐건 정부의 압박에 의하건 주주 친화 정책을 전방위적으로 펴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 증시에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우리나라도 기업의 이익을 배당으로 주주와 공유하고, 자사주 매입 소각 등 주주 친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주식 시장 전체가 저평가되어 있는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 일본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충분하다.
'경제 메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엔비디아 컴퓨텍스 연설, 플랫폼 비즈니스, GPGPU 쿠다와 AI 인공지능 딥러닝 (0) | 2023.06.02 |
---|---|
2023년 한국은행 기준금리 발표일, 한국 은행 기준금리 동결과 향후 전망 (0) | 2023.05.27 |
전세 사기 특별법 국회본회의 통과, 지원대상과 지원내용-최우선변제금 (0) | 2023.05.25 |
생성형 AI 구글 바드 vs 챗 GPT 인공지능 챗봇 2라운드, 차이점과 한국어 출시 (0) | 2023.05.19 |
삼성페이 결제 수수료 유료화, 삼성페이vs애플페이 싸움에 누구 등이 터질까? (0) | 2023.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