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삼성 페이와 거래하는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을 예정이다. 국내에서 애플 페이가 결제액의 최대 0.15%를 카드사로부터 받고 있고, 삼성 페이도 수수료를 유료화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와 상관없는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삼성 페이와 애플 페이의 경쟁 속에 힘없는 카드사의 수수료 부담이 커지고, 이는 소비자에게 떠넘겨질 가능성이 있다.
삼성페이 결제 수수료를 받으려는 삼성의 속내
삼성페이 유료화 선언
삼성 페이가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오프라인 간편 결제 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삼성 페이의 지금까지 누적 결제액이 200조 원에 달하는데 최근 카드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자사와 삼성 페이 계약을 맺은 카드사에 기존 계약을 자동으로 연장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수수료를 별도로 지급하지 않는 단체 계약을 맺고 이를 자동으로 연장을 해왔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카드사의 라이선스 비용을 1년에 한 번씩만 정산을 했고, 결제 건당 수수료를 받지 않았다. 국내 카드사들하고 삼성전자와의 재계약 시점이 오는 8월이고 석 달 정도 남았는데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계약 연장 불가 통보가 실질적으로는 유료화 선언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결제 건당 얼마씩을 카드사들로부터 받겠다는 얘기인데, 최근 국내에서 론칭한 애플 페이도 건당 수수료를 카드사들에게서 받고 있다. 삼성페이를 처음 도입할 때는 공짜로 해 주었지만 삼성도 이제는 받아야겠다는 입장으로 바뀐 것이다.
수수료가 얼마나 되길래?
많은 서비스가 초기에는 시장 확대를 위해 무료 서비스로 제공하다가, 추후 유료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 페이도 비슷한 셈법으로 유료화한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삼성의 변화는 애플 페이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해외에서 서비스하던 애플 페이가 8년 만에 우리나라에 진출해 단기간에 많은 사용자를 모았고, 삼성의 이번 조치는 애플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고 보는 것이다.
애플 페이를 국내에 들여온 현대카드는 애플에게 결제 건당 0.15%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이는 애플 페이를 도입한 국가 중에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중국이 지급하는 수수료의 5배 수준으로 작지 않은 금액이다. 소비자가 10만 원을 결제하면, 카드사는 건별로 150원을 애플 페이에 주어야 한다.
삼성 페이 줄 돈으로 애플 페이 홍보?
삼성 페이는 카드사로부터 이런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는데 현대카드는 애플 페이를 도입하면서 수수료를 주고 있다. 현대카드는 최근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데, 삼성 입장에서 보면 애플 페이 점유율을 늘리는 데 돈을 쓰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삼성 페이 줄 돈으로 애플 페이를 홍보하는 꼴로, 남 좋은 일을 시켜주고 있는 셈이다.
향후 시장 조사기관의 전망대로 애플 페이가 국내 간편 결제 시장에서 15% 점유율까지 올라오면 카드사는 하루에 약 100억 원 이상의 수수료를 애플 페이 측에 지급하게 된다. 하루에 100억이면 굉장히 큰 금액이다. 따라서 삼성도 일단 다른 카드사와의 재계약을 하면서 현대카드에 대해서는 애플과 같은 수준의 수수료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종의 괘씸죄를 적용할 수 있다.
서비스 이용 건수가 많아질수록 수수료율이 낮아지는 슬라이딩 계약도 논의가 되고 있고, 만약 애플과 같은 수수료를 주지 않을 경우에는 삼성 페이 계약을 해지할 가능성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애플 페이 론칭은 삼성 갤럭시의 위기?
2030 소비자들은 애플 폰에 대한 선호도가 굉장히 높다. 젊은 층이 그나마 삼성 갤럭시를 쓰는 이유는 갤럭시 폰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삼성 페이와 통화 중 녹음 등 애플 폰에 없는 기능이 있기 때문인데, 특히 삼성 페이는 갤럭시를 쓰는 가장 메리트였던 것이다.
애플 페이가 국내에 도입되면서, 삼성 페이가 타격을 입을 뿐 아니라 국내의 안방마님이던 갤럭시 폰의 점유율까지 위기를 맞을 수도 있게 되었다. 삼성 페이 결제 수수료 이슈는 사실 삼성 갤럭시를 지키기 위한 삼성의 복잡한 속내를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간편 결제 시장의 힘의 구도
새우등 터지는 카드사
삼성과 애플 모두 수수료를 받게 되면 카드사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된다. 카드사들이 처한 상황이 좋지가 않다. 우선 가맹점 수수료율은 중소 영세 자영업자의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금융당국에서는 계속 내리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 2007년 이후 지난해까지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14차례나 인하되어 카드업 본업의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카드 대출도 부진하다. 금리가 오르면서 카드 대출이 많이 줄고, 연체율도 늘었다. 올해 실적을 발표한 신한, 삼성 등 5개 카드사의 1분기 순이익이 4,600억 원 정도로 1년 전보다 20% 줄었다. 일부 카드사는 60%나 줄어들었다.
간편 결제 사용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삼성 페이 수수료를 내게 되면,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같은 다른 간편 결제 시스템도 수수료를 안 받으리라는 보장이 없게 된다. 애플 페이 도입으로 효과를 노려보려던 카드사들의 희망도 무색하게, 애플 vs 삼성의 고래싸움 대결구도 속에서 자칫 카드사의 새우등이 터질 수도 있는 것이다.
뒤바뀐 갑을 관계
이번 사태는 삼성 페이 등 간편 결제 서비스가 갑의 위치로 올라가고, 카드사는 을로 내려가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삼성 페이가 가입자 늘리기 위해서 을의 위치에서 카드사 눈치를 보았지만, 이제 삼성 페이는 탄탄한 사용자를 기반으로 다른 카드사가 애플 페이를 들여오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을 깔고 있는 것이다.
현대카드로 삼성페이를 쓰던 사용자들에게 오늘부터 현대카드로 삼성페이를 못쓰게 되었다고 하면, 사용자들은 (1) 그래도 현대카드를 쓰기 위해 실물카드를 들고 다니거나 애플 페이로 넘어가는 쪽이 있고, (2) 현대카드가 안되니 휴대폰의 다른 카드로 삼성 페이를 등록해서 쓰는 2가지 경우가 발생한다. 현실적으로 (2) 번의 경우가 더 가능성이 높고, 카드사들은 이를 두려워한다.
소비자는 보고 있다
카드사들은 카드 본업의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맹점 수수료를 올리고 싶지만 금융당국의 감시 때문에 큰 폭으로 한꺼번에 올리기는 힘들다. 가맹점 수수료 외에 다른 방법들로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는데, 대부분이 카드 사용자와 관련된 것들이다.
무이자 할부 서비스가 축소되고, 포인트 혜택이나 할인 혜택이 줄어들고 있다. 신한, 삼성 등 8개 전업 카드사가 작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단종시킨 카드만 한 200종이 넘는다. 신용카드 170개 정도가 사라졌고, 체크카드도 40종이 사라졌다. 소비자들이 혜택이 많다고 해서 즐겨 쓰던 가성비 카드들이 없어진 것이다.
수수료 부담이 너무 크게 되면 카드사들이 삼성전자와 삼성 페이 계약을 종료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소비자들이 삼성 페이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시장 점유율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카드사들은 당장 나가는 수수료보다 삼성 페이가 안 될 경우 미칠 수 있는 고객 감소를 걱정하는 실정이다.
삼성도 언제까지 배짱을 부릴 수는 없는 게 그동안 소비자들로 하여금 삼성 갤럭시 폰을 쓰도록 한 중요한 기능이 통화 중 녹음과 삼성 페이였기 때문에 어떤 이유로든 삼성 페이 사용이 불편해지면 갤럭시 폰 판매량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이 모든 상황을 주시하고 있고, 철저히 소비자 입장에서 판단하고 실행한다. 삼성과 애플의 대결이 어떻게 진행되건 삼성과 카드사들의 갑을 관계가 어떻게 진행되건 소비자들은 모든 것을 보고 있다. 기업들은 결국 소비자의 눈치를 보게 된다. 소비자의 마음이 돌아서는 것은 한순간이다.
애플 페이가 우리나라에 상륙하면서, 단순히 간편 결제 시장뿐 아니라 삼성 갤럭시와 애플 폰의 대결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최근 삼성 페이가 카드사들에게 결제 수수료를 받겠다고 나선 데에는 애플에만 수수료를 내는 카드사들을 길들이려는 속셈과 애플 폰과의 대결에 위기감을 느낀 삼성의 몸짓이 느껴진다. 애플 vs 삼성의 대결은 어떻게 흘러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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