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메모

일본 엔저 현상의 원인과 영향, 향후 엔화 환율 전망과 엔화 투자

메모한장 2023. 6. 23.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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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가치가 계속 떨어져 역대급 엔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엔저가 되면 물가상승과 내수기업 실적 악화의 부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수출을 늘리고 관광객 방문 증가 등을 노리며 엔저를 장기 불황 탈출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 엔저 현상의 원인과 우리나라와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 엔화 투자를 살펴보자.

 

 

일본 정부는 엔저를 활용해 경제성장을 노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엔저를 활용해 불황탈출과 경제성장을 노린다

 

 

일본 엔저가 우리나라에 끼치는 영향과 엔화 환율 전망

일본 엔저 현상

엔화 가치가 계속 내려가고 있는데 일본 여행을 싼 값에 갈 수 있는 것 빼고는 모든 분야에서 우리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원화에 대한 일본 엔화의 가치가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6월 현재 원 엔 환율이 100엔당 900원을 살짝 넘어 2015년 6월 이후에 엔화 가치가 가장 낮은 상황이다. 지난 4월 말까지만 해도 100엔당 1천 원 안팎을 왔다 갔다 했었는데 두 달 만에 100원가량 떨어진 것이다.

 

엔 달러 환율도 1달러당 140원을 돌파해서 계속해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엔화를 싼 값에 사두려는 수요는 크게 늘었는데, 우리나라 4대 시중은행이 5월 한 달에 판매한 엔화만 300억 엔으로 우리 돈으로 2,700억 원 정도에 이른다.

 

 

 

 

사람들이 엔화를 사는 이유

우선 우리나라의 일본 여행이 대폭 늘어났다. 일본 정부가 집계한 수치를 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일본을 찾은 한국인이 200만 명이 넘어서 1년 전보다 120배 넘게 늘었다. 엔화 수요의 상당량은 엔화를 싸게 사서 일본 여행할 때 쓰려는 심리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엔화에 투자해서 오르길 기대하는 엔화 예금이 늘어났다. 주로 시세 차익을 노리는 자금으로 4월보다 73억 엔이 늘어나고, 1년 전에 비하면 5배 가까이 증가했다. 1년 전보다 일본 주식에 대한 투자도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 상위 8개 증권사의 일본 주식 금액이 1년 전보다 30% 가까이 늘었다.

 

바이 재팬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1년 전에는 일본 여행을 못 갔으니 여행객이 120배 늘어난 건 신기하지 않은데, 투자는 1년 전에도 꽤 많이 했는데 일본 주식 투자가 30% 가까이 늘어났다는 건 꽤 중요한 변화다. 최근 일본의 자산과 화폐가 정상 가격에 한참 못 미친다는 판단이 있고, 쌀 때 사서 정상 가격으로 복귀하면 팔아 차익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우리나라가 1997년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환율이 올라갈 때 외국에서 우리나라 원화를 볼 때 싸다고 판단해 외국인들이 원화를 샀고, 그 때문에 환율이 다시 안정되기도 했다. 요즘에는 엔화가 싸게 보이는 것이다.

 

 

 

 

엔저 현상의 원인

엔화가 싸지는 엔저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일단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게 일본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 정책 때문이다. 최근 주춤하긴 했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대부분 국가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파르게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지난주 금요일 일본 중앙은행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일본의 기준금리는 0.1%인데 이를 유지하고 10년물 국채금리도 0% 수준의 제로 금리를 유지하는 것으로, 실질적으로는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나라 안팎의 경제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번에 일본이 오랜만에 30년 장기 불황을 탈출할 기회를 얻었고 이걸 놓치지 않기 위해서 엔저를 활용한다는 시각이 많다.

 

 

엔저는 일본경제 불황탈출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엔저는 일본경제 불황탈출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엔저로 불황 탈출?

일본 증시도 연초 대비 30%가 오르면서 1990년 3월 이후 3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일본 정부는 엔화 약세를 통해 수출 기업의 실적을 밀어 올리면 불황 탈출의 동력이 될 거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관광객도 많이 오게 하고 수출도 잘 되게 하자는 것이다.

 

일본에 돈이 잘 돌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많은 돈이 안전자산에 묶여 있기 때문인데, 예금자산에 묶여 있는 일본 국민들의 노후 자금도 증시로 끌어내어 돈이 기업에 투자되고 계속 돌게 만들려고 하고 있다.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도쿄 증권 거래소가 상장 기업들의 수익성을 개선하겠다고 공공연히 나서고 있다.

 

PBR이 1 미만으로 시가총액이 순자산에도 못 미치는 기업들이 많은데, 이런 저평가된 기업들이 개선안을 내놓지 못하면 퇴출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다. 보통 증권거래소는 거래를 중개하는 역할에 치중하는데, 일본의 증권 거래소는 증시 부양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중 갈등으로 미국과 일본이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면서 일본 내에 반도체 투자가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와 금융 당국은 괜히 지금 금리를 올려서 좋은 흐름을 끊지 말고, 엔저를 불황 탈출의 기회로 이용하려 하는 것이다.  

 

 

 

 

물가 안정보다 경기 부양

자국 화폐가 약세가 되면 관광객이 많이 오고 수출도 잘 되니까 좋은 반면, 국민들이 해외여행 나갈 때 비용이 늘어나는 건 제외하더라도 해외 수입 가격이 올라가 물가가 올라가는 부작용이 있어서 노골적으로 화폐 약세 정책을 펼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본은 물가가 차라리 좀 올라가 경제가 활기를 띠게 되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수입 물가 상승은 어느 정도 감수하더라도 경기를 부양하는 데 더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일본 국민들의 고통 감내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엔저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일본의 엔저 현상으로 일본 여행 가기는 좋아졌지만 여행수지 적자 폭이 커질 수 있고, 경상 수지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올해 1분기 여행수지 적자가 32억 3천5백만 달러로 201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엔저 현상은 우리나라 수출 기업의 수출 가격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수출에는 악재로 작용하는데, 특히 석유화학, 철강, 기계, 자동차 같은 업종이 영향권을 받게 된다.

 

한국 수출 상위 100대 품목 중에 일본하고 겹치는 품목이 55개 정도이고,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엔화 가치가 10% 떨어지면 한국 무역수지가 약 15억 달러씩 감소한다는 통계도 있다.

 

미국이 원래는 일본의 엔저를 굉장히 견제를 해왔었는데, 지금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오히려 일본의 엔저를 암묵적으로 용인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엔화 투자, 지금 괜찮을까?

지금 엔화에 투자하면 괜찮을까? 저점이라서 투자 부담이 적은 건 사실이지만 지금 엔화가 싸다고 해서 무조건 엔화를 사는 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 단기적으로 엔화가 싼 건 맞지만 환율은 항상 상대적인 비율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5월 이후에 국내 외환시장에서 보이는 엔화 약세는 상대적으로 원화가 강세를 보이기 때문에 생긴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고, 환율은 언제든 다시 방향을 틀 수 있는 변수이므로 결국 엔저 투자는 투자자의 몫이라고 해야겠다.  

 

엔저가 일본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엔저가 예전처럼 일본 경제의 축복만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수출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긴 하겠지만 과거에 비해서 그렇게 큰 효과는 없을 거라는 분석인데, 1990년대 엔저가 왔을 때 일본 TV와 자동차 판매가 확 늘었지만, 이후로는 일본 기업들이 생산 시설을 대부분 해외로 옮겼다.

 

또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하면서 화력발전 비율이 굉장히 높아지고 에너지 자급률이 낮아진 상황으로, 부족한 에너지를 외국에서 사 와야 되는데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하기 때문에 결국은 엔저로 인한 수출 이익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상쇄한다는 분석이 있다.

 

 

 

 

일본은 2020년 기준 GDP 대비 내수 시장 비율이 60%가 넘고, 수출 비중이 37.5%로 내수 시장이 큰 대신에 수출 비중이 72.3%에 달하는 우리나라만큼 크지는 않다. 일본 고용의 70%를 담당하는 중소기업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 정도밖에 안 된다.

 

실제로 2022년 일본 중소기업의 80%는 엔저로 인해 실적이 악화됐다고 조사됐다. 엔저는 중소기업의 실적악화와 일반 가계의 생활비 부담으로 나타나고 있고, 일본 정부가 엔저를 오래 유지하거나 버틸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환율은 상대적인 것이어서 국가 간 또는 국제경제의 상황에 따라 요동치므로, 환율을 전망하는 것은 우리의 영역이 아니다. 또 똑같은 엔저 상황에서 투자를 하더라도 투자자의 마음가짐과 투자방식에 따라 투자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엔저는 많은 경제변수의 하나일 뿐이다. 향후 엔저가 얼마나 지속될지, 엔저가 일본 기업이나 우리나라 기업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를 주시하면서 각자의 갈 길을 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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