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 파운드리 반도체의 경쟁력은? 대만 임금구조와 삼성전자의 기회

대만 TSMC는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의 전 세계 최강자로 우리나라도 부러워하는 대상이다. 하지만, TSMC의 제조업 경쟁력의 근원에는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대만 청년 근로자들이 있고, 이러한 낮은 임금은 앞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대만 청년들의 인건비 수준을 살펴보고, 파운드리 분야에서  삼성전자에게 어떤 기회가 있을 수 있을지 들여다본다.

 

 

파운드리 반도체 최강자 TSMC

 

 

TSMC의 경쟁력과 2위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와 TSMC의 위상

삼성전자와 TSMC는 같은 반도체 회사이지만, 주력 상품에는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설비 투자를 통해 규격화되고 표준화된 D램 반도체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를 주로 생산한다. 시장에 기회가 오면 대규모 설비 투자를 해서 대량으로 값싼 반도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 세계 공급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TSMC는 파운드리(fab, foundry, semiconconductor fabrication plant)라는 반도체 업종을 만들어냈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업체가 설계 도면을 주고 만들어 달라고 하면 그대로 만들어주는 일종의 위탁 생산 같은 시스템이다. 

 

TSMC를 따라가는 삼성전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설계부터 반도체의 완제품 생산까지를 다 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인 반면, TSMC는 설계는 남들이 하고 설계된 것을 위탁받아서 제품 생산만 하는 업체라고 보면 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도 만들지만 파운드리 역할도 한다. 실제로 파운드리 시장규모가 점점 더 커지고,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어 삼성전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고,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를 따라가며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되었다. 

 

 

 

 

 

삼성전자가 TSMC를 넘어설 가능성?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의 파운드리 업체인 TSMC를 언제 따라잡으려나 하는 시각이 많지만, 파운드리는 누군가 주문을 해줘야 하는 분야이다 보니, 어찌 보면 1등과 2등의 격차가 하루아침에 뒤바뀔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TSMC에 가장 많은 물량을 발주하는 엔비디아, 애플이 GPU나 아이폰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삼성전자에 발주해 버리면 파운드리 시장의 1, 2위가 단숨에 바뀔 수도 있다.

 

파운드리 업계의 1등과 2등의 격차는 1등이 많은 물량과 비싼 물량을 발주하는 고객을 확보하고 있어서 1등인 것이고 2등은 그런 고객을 붙잡지 못했기 때문에 2등인 것이다. 

 

 

 

 

 

대만 반도체의 근간과 삼성전자의 기회 

 

대만 반도체 경쟁력의 근원

대만의 파운드리 반도체 산업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새로운 설계 도면에 따라 이전에는 없던 반도체를 제작하게 되면, 불량률이 높아지고 수율이 안 나올 가능성이 크다. 반면 D램 메모리 반도체는 표준화되고 규격화되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좋은 수율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TSMC는 처음 만드는 제품을 만들다 보니 영업이익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익을 남기려면 어디선가 비용을 줄여야 한다. TSMC를 비롯한 대만의 파운드리가 경쟁력을 가지는 근저에는 반도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대만 근로자의 희생과 양보가 밑바탕이 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첨단 산업이긴 하지만, 노동 집약적 산업이라고도 볼 수 있다. 반도체 산업도 결국 인건비 부담이 큰 제조업 분야로, 우리나라도 인건비 부담 때문에 중국, 베트남, 중앙아시아 등지로 제조시설을 옮기면서 인건비와의 처절한 싸움을 하는 실정이다.

 

대만의 낮은 임금 수준

대만은 인건비 부담을 어떻게 감내하면서 반도체를 만드는 것일까? 2022년 대만의 대졸 초봉이 3만 4천 TWD로 144만 원이다. 최근 대만의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를 추월한 것에 비하면 매우 낮은 임금 수준이다.

 

2023년 대만의 최저 시급은 7,800원으로, 대만은 국제적으로 제조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1996년부터 10년 가까이 최저임금을 계속 동결해 왔다. 대만의 반도체 경쟁력의 근간에는 GDP 대비 매우 값싼 노동력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과거에는 근로자들의 양보와 희생으로 경제 성장을 이룬 시기가 있다. 당시 회사에 주문 물량이 쏟아져 들어오면 야근 수당이나 주말 수당 없이 자발적으로 했다. 이제는 국가나 단체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개인의 행복을 더 중시하는 사회로 진화해 왔다.

 

이에 비해 대만은 아직도 우리의 예전 모습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고, 대만 청년들은 답답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가치관의 변화와 사회적인 갈등들을 겪으면서 변하고 있는데, 대만은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가치관을 담아내지 못하고 아직도 옛날의 체제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만 경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청년들은 희생하고 있다. 초봉 월급을 114만 원 정도로 받다 보니, 대만 청년들은 우리나라 청년보다 훨씬 심각한 주택난을 경험하고 있다.

 

 

 

 

 

귀도 대만과 딸기 세대

대만은 낮은 임금 수준으로 인해 사회 초년생뿐만 아니라 결혼을 해서도 집을 구하기 어려워 부모와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에 '헬조선'이란 표현이 있는 것처럼, 대만 청년들은 불만의 표시로 ‘귀도대만’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청년들이 다 떠나고 귀신만 살기에 적합한 섬이다”라는 뜻을 품고 있다. 

 

반면 대만의 기성세대는 1981년생 이후의 청년들을 ‘딸기 세대’라고 부른다. 딸기가 자꾸 물러지는 것처럼 “청년들이 나약하고 물렀다”는 의미로 부른다. 기성세대는 열심히 일하고 국가 발전을 위해 헌신했는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나약하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대만의 반도체 산업이 일정 부분 낮은 박봉을 받는 근로자들의 노력으로 이루어 왔는데, 앞으로도 낮은 임금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만의 반도체 산업은 국가가 인위적인 부양책으로 만들어온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기업 자생적으로 근로자와 합의를 이루어 내고, 기업과 지자체 수준에서 산업을 일구어나가는 역량을 키워왔다.

 

앞으로 파운드리 반도체 산업에 고객 변화, 시장 변화가 오게 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대만을 앞서 치고 나갈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TSMC를 중심으로 하는 대만의 반도체 산업은 낮은 임금을 감수해 온 근로자들의 노력으로 가능했지만, 세대의 변화와 함께 더 이상 임금을 억누를 수 있는 가능성은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TSMC의 경쟁력의 근간인 낮은 임금이 희석되고, 파운드리의 특성상 발주업체의 변동이 생기게 되면, 삼성전자에게도 파운드리에서 TSMC를 따라잡을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파운드리 분야에서의 TSMC와 삼성전자의 경쟁 구도를 대만 청년들의 임금 구조를 통해 짚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