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메모

튀르키예 기준금리 인상,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책 변화 신호탄? 물가&경제 전망

메모한장 2023. 6. 2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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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2일 튀르키예가 드디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2년 3개월 동안 금리 동결 또는 인하를 고집하던 에르도안 대통령이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튀르키예 물가상승률, 기준금리 상황과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에 친시장주의 경제관료를 앉힌 소식 등 튀르키예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한 소식을 살펴보자. 튀르키예 경제는 어디로 흘러갈까 지켜보자. 

 

 

튀르키예의 금리인상
2년 3개월 만에 튀르키예 금리가 인상됐다

 

 

튀르키예의 기준금리 인상 소식과 경제 전망

 

 

 

 

2년 3개월 만의 기준금리 인상

튀르키예가 2021년 3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2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6.5% 올렸다. 2021년 3월 당시 튀르키예의 인플레가 15% 정도였고, 이후 인플레이션이 40%까지 치솟음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혼자 금리를 내려왔다.

 

그동안은 경제학 이론과 반대 방향으로 정책을 펴 오다가 이제야 경제학 이론과 같은 방향으로 통화 정책의 방향을 바꾼 것으로, 시장에서는 금리 발표가 나기 전까지 12%~30%까지는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6월 22일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현행 8.5%에서 6.5%를 인상해서 15%가 됐다. 시장 예상치보다는 낮은 인상률이지만 한 번에 6.5%가 올라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수치가 단숨에 올랐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저금리 통화정책

그동안 에르도안 대통령은 물가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상황에서도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슬람 보수 성향이 강해서 종교를 정치에 녹이려는 성향이 있어서 이자 받는 것을 죄악으로 여기는 이슬람 교리를 내세운 것도 있고, 금리가 낮아야 기업들이 돈을 빌려서 투자도 하고 생산도 늘리면 시장의 공급량이 많아져 물가가 내려갈 거라는 논리를 폈다.

 

 

튀르키예 에르도안 대통령
2014년부터 대통령 자리를 지키고 있는 튀르키예 에르도안 대통령

 

 

치솟는 튀르키예 물가

경제학 이론으로 보면 높아진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서 시중 자금을 흡수해야 하는데, 튀르키예는 이와는 반대로 2021년 말부터 9차례에 걸쳐서 금리를 내렸고 반대로 가는 통화 정책 때문에 튀르키예의 물가 상승률은 2022년 10월 최고치인 85%까지 올랐다.

 

그동안 튀르키예 중앙은행 총재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며 바른말을 했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금 나랑 반대로 가자는 거야?” 하면서 2년 사이에 3명의 총재를 갈아치웠다.

 

심지어 재무장관에는 자신의 사위를 앉히면서 대선 직전까지 자기 주변에 있는 모든 관리들을 예스 맨들로 구성했다.

 

 

 

 

통화정책이 바뀐 이유?

에르도안 대통령이 2년 넘게 고집을 피우다가 통화정책 기조를 갑자기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에르도안 대통령이 통화정책 기조를 완전히 바꿨다고 보기는 힘든데, 최근에도 “금리에 대해서 자신의 개인적인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오래도록 유지한 통화 정책 기조를 바꾼 것은 지난 5월 튀르키예 대선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또 다시 당선 되었지만, 당시 1차 투표에서 야당 후보가 의외로 선전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신과 당에 대한 지지도가 내려간 것을 느껴 정책적으로 한 발 물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야당 후보는 저금리 기조를 바꿔 경제 정책을 정상화하고 에르도안 정부가 망친 경제를 되살리겠다고 공약했다. 그래서인지 에르도안 대통령은 당선 후 정부를 구성할 때 예상을 깨고 재무부 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를 자신과 경제적인 견해가 정반대인 인물을 등용해 이슈가 됐다.

 

 

 

 

친시장주의 경제관료

신임 재무장관 메흐메트 심셰크는 2009~2015년 재무장관, 이후 2018년까지 경제 부총리를 지낸 인물로, 영국 런던의 글로벌 투자은행 메릴린치에서 근무한 경제 전문가인데 경제 부총리 당시 에르도안 대통령과 견해를 달리 해서 결국 해임당했다가 이번에 복귀했다.

 

 

튀르키예 신임 재무장관 메흐메트 심셰크
튀르키예 신임 재무장관 메흐메트 심셰크

 

 

중앙은행 신임 총재는 하피제 가예 에르칸(Hafize Gaye Erkan)이라는 여성을 임명했는데, 튀르키예 최초의 여성 총재이자 전 세계적으로 통화 정책 결정권이 여성에게 있는 나라는 24개 국가밖에 안 된다며 화제가 되었다.

 

에르칸은 미국에서 하버드 석사, 프린스턴대 박사, 골드만삭스를 거쳐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CEO까지 경험한 인물로 정통 경제원리와 시장원리에 충실한 친시장주의자로 평가받는다.

 

 

튀르키예 신임 중앙은행 총재 하피제 가예 에르칸
튀르키예 신임 중앙은행 총재 하피제 가예 에르칸

 

 

에르도안 대통령은 인플레가 좀처럼 잡히지 않으니까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위해서 “신임 경제팀의 정책을 받아들이겠다”라고 밝혔는데, 자기와 견해가 다른 두 인물을 데려와서 힘을 실어주는 것처럼 보이게 해서 시장과 국민들에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 반응

시장의 반응은 어떨까? 중앙은행이 시장에 전달한 입장은 “가능한 한 빨리 인플레이션 전망에 상당한 개선이 달성될 때까지 점진적으로 계속 금리를 올리겠다. 통화 긴축이 더 강화될 거다”라고 했고, 이번에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숫자를 한 번에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부족하다. 택도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장 추정치에도 못 미쳤다. 최소 20%는 돼야 하지 않느냐.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반응이 많다.

 

 

 

 

튀르키예의 심각한 인플레 상황을 감안했을 때 이번에 중앙은행이 양껏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은 중앙은행 총재가 처음부터 너무 크게 확 올려버리면 대통령과 충돌이 있을까 봐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21년 당시 마지막으로 금리를 인상한 중앙은행 총재가 취임 5개월도 안 돼서 해고가 됐고, 에르도안의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가보려고 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결국 새로 구성된 경제팀이 언제까지 자기들의 경제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갖고 있다.

 

당분간 튀르키예는 친시장주의적인 정책을 추진하면서 물가도 점차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튀르키예 경제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열쇠는 결국 에르도안이 쥐고 있다. 적어도 튀르키예에서는 정치가 경제를 좌우하고 있다.

 

남들이 다 금리를 올릴 때 2년 넘게 금리를 내려오던 튀르키예의 금리 인상 소식이 화제다. 물가가 치솟고 튀르키예 지진까지 덮친 가운데,  튀르키예 국민들은 또다시 에르도안 대통령을 선택함으로써 변화보다는 보수를 택했다. 친시장주의 경제 관료를 앞세워 기준금리 인상 등 경제변화의 조짐이 보이지만 튀르키예의 경제의 앞날은 에르도안의 손에 달려있다.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의 정치와 경제가 어느 쪽으로 흘러가는지 계속해서 주시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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