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249.15 포인트에서 시작한 코스피는 6월 2일 2600선을 넘어서 15% 넘게 상승하고 있다. 전세계 증시도 2022년 약세장을 벗어나 강세장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의 주가시장의 상승을 금융 장세와 실적 장세라는 개념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금융 장세와 실적 장세의 특징, 코스피의 상승 요인, 하반기 실적 장세로 가는 요건, 실적 장세 종목 등을 살펴본다.
2023년 상반기 금융 장세
코스피 상승 주역 반도체
전세계 20개국 중에서 코스피 상승률이 다섯 번째로 높다. 우리나라 증시를 대표하는 반도체 성적이 좋은 것 때문으로 보이는데, 이런 패턴은 증시가 바닥에서 탈출해서 반등장을 보일 때 나타나곤 했다. 우리 증시 자체가 거대한 경기 민감주이기 때문에 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면 한국 증시 상승 속도가 글로벌에서 상위권에 들곤 했다.
코스피 시장에 대체로 부정론보다는 긍정론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코스피에서 가장 큰 부분이 반도체인데 공급 측면에서는 적극적인 감산으로 반도체 가격이 바닥이라는 '반도체 가격 바닥론'이 있고, 수요 측면에서는 최근 AI가 각광을 받으면서 수요가 좋아질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2023년 상반기 금융장세
요즘과 같은 장세를 금융 장세라고 한다. 주식 시장 장세는 강세장과 약세장이 있고, 강세장에는 금융 장세, 실적 장세가 있고, 약세장에는 역금융 장세와 역실적 장세가 있다. 약세장에는 금융 긴축이 동반 되고(역금융 장세), 기업 실적도 많이 나쁘게 되는데(역실적 장세), 약세장이 끝나고 강세장으로 들어서면 먼저 시작되는 것이 바로 금융장세다.
금융 장세의 특징은 '경제 현실은 안 좋은데 주식 시장은 오른다'는 것이고, 금융 완화가 나타난다. 최근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하며 올리는 것을 멈췄지만, 미국 같은 경우는 한 번 더 올릴 수도 있다라는 얘기를 하는데 지금 상황이 어떻게 금융완화일까?
기준금리는 주로 단기 금리 쪽에 영향을 주고, 기업과 가계가 자금을 조달할 때에는 중장기 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작년 10월달 고점 이후 꾸준히 하향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이나 가계 입장에서는 금융 비용이 줄어들므로 '금융완화'라고 볼 수 있다.
역대 금융 장세
역대 금융 장세의 경우를 보면 보통 금융 장세는 침체 이후 시작된다. 대표적으로 2020년 코로나, 2008년 금융위기, 1990년대 말의 닷컴 버블 이후인데, 대체로 알아차리기가 어렵지 않다. 침체기에 정부와 중앙은행은 적극적으로 돈을 푼다.
1950년대 이후 총 14번의 금리 인상기 중에 11번 침체가 왔다. 나머지 3번은 경제가 둔화만 되고 침체까지 가지 않았다가 다시 재차 반등을 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60년대, 80년대, 90년대 중반에 있었다. 기준 금리는 크게 변하지 않고 중장기 금리만 내려갔다가 경제 둔화가 해결되고 다시 회복 국면으로 들어가는 식으로 경기 사이클이 나타난다. 중장기 금리만 내려간 것만 보고도 금융 장세가 되었다라고 얘기를 하는데, 지금 장세가 이 3번의 경우와 비슷하다.
금융 장세의 특징
금융 장세는 경기가 안 좋거나 경제적으로 상황이 어려웠을 때 유동성을 공급한 뒤에 형성되는데 그 기준은 기준금리보다는 실제로 자금조달 기준으로 적용되는 중장기 금리를 기준으로 한다. 요즘도 그런 분위기로, 50년대 이후에 이런 경험이 세 차례 정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증시가 변화할 때의 특징은 투자자의 숫자 자체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약세장을 오래 경험하다 보니까 실망한 투자자가 많고, 팔고 떠나는 투자자가 늘어난다. 이후 실적 장세로 넘어가면 경제가 좋아짐과 동시에 증시도 상승하고, 다시 참여자가 점차 증가한다.
금융 장세와 외국인
코스피에서 약세장에서 금융 장세로 변할 때마다 떠나는 투자자의 물량을 외국인이 받아왔다. 국내 기관투자자도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을 운용하는 것이어서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개인 투자자와 국내 기관 투자자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외국인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작년 9월 말부터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약 19조 원의 누적 금액을 매수하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살 때는 아주 디테일하게 중소형주를 공부해서 산다기 보다는, '바이코리아' 개념으로 업종 대표주들을 나누어서 사는 경향이 있다. 반도체가 대표적인 섹터이고, 최근 삼성전자가 7만 원까지 오르는 것도 금융장세에서의 외국인의 매수라는 맥락에서 볼 수 있다.
2023년 하반기 실적 장세 예상
실적 장세와 경기민감주
올여름부터 하반기에는 실적 장세로 넘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되면 다시 개인 투자자의 숫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장세가 되면 조선, 화학, 철강과 같은 경기민감주가 힘을 받는다.
경기민감주는 경기가 좋아지면 돈을 벌고 경제가 안 좋으면 적자를 내기도 하는 종목으로 중후장대산업, 자본집약산업이라고 표현한다. 한국은 전체 시가총액 중에 경기민감주의 비중이 글로벌 증시 중에서 제일 높다.
실적 장세로 변하는 두 가지 신호
금융장세가 실적장세로 변하는 신호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한국 수출을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에서 수출 비중이 매우 높은데, 외부의 변화에 많이 흔들리게 되는 단점도 있지만 글로벌 경기가 좋아지기 시작하는 신호를 주는 기능도 한다. 글로벌 매크로 이코노미스트들이 경기를 파악할 때 사용하는 모델에는 우리나라의 수출 항목이 들어가 있다.
영업일수를 고려한 수출액을 말하는 ‘일평균 수출액’이 1월~3월까지는 전년 동기 대비 -16~-17%였다가, 4월 -10%, 5월에는 -9%대로 오르고 있다. 이런 수치들을 보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부지런히 매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재고이다. 반도체 재고가 너무 많아 감산을 하고 있다. 실적 장세에 들어가기 전에는 과잉 재고 때문에 고통을 받고 할인 가격으로 과잉 재고를 판매하다보니 기업들의 수익이 많이 훼손된다. 정상 재고 수준이 되면 제값을 받을 수 있고, 실적 장세로 넘어가는 토대가 된다.
기업들의 재고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아야 하는데, 지금 미국 산업의 재고가 과거 추세선에서 이탈해서 과잉으로 갔다가 지금 과거 추세선으로 돌아왔다. 과잉 재고가 해소된 상태라고 보여지고, 수요만 좋아지면 실적 장세로 넘어갈 수 있는 준비가 되었다.
반등 요인과 종목
금융완화 외에 최근 반등 요인으로는 중국과 유럽 상황을 볼 수 있는데, 중국은 작년까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폈다가 지금은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여 작년 대비 경제회복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높은 가스비 등 큰 경제적인 고통을 받았다가, 이제는 전쟁 전 수준으로 가스 가격이 돌아왔고, 소비 회복의 움직임이 엿보이고 있다.
금융 장세에서 실적 상세로 전환될 때에는 아무래도 경기 민감주들에게 기회가 가기 때문에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권의 대형주들 중에 1분기 실적이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 대비해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냈던 기업들을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6월 8일 선물 옵션 만기가 겹치는 마녀의 날과 6월 13일의 미국 CPI 발표, FOMC 회의를 주목해본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증시는 2022년 하락장을 지나 2023년 금융 장세를 지나고 있다. 하반기 수출 증가와 과잉 재고 감소 등의 요건이 충족되면 실적 장세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역대 강세장의 경험을 보면 경기 민감주들의 상승폭이 높았다. 주가를 예측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겠지만, 전체적인 경기와 주식 시장의 흐름과 맥을 짚는다는 차원으로 관심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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