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부가 저출생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국적의 가사도우미 100여 명의 입국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예산으로 숙소비와 교통비 명목으로 일부 비용을 지원해서 가사도우미 이용 비용이 너무 높아지지 않게 할 방침이라고 한다.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의 취지, 운영 방식, 급여 수준, 기대 효과 등을 살펴보자.
서울시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의 취지, 임금 수준, 기대효과
외국인 가사근로 비자 신설
서울시와 정부가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7월 1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외국인 가사(육아) 인력 도입 전문가 토론회' 내용을 중심으로 신설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의 추진 내용을 살펴보자.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은 기본적으로 외국인에게 고용 허가를 내주는 사업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분야의 노동력이 부족하면 그만큼 그 분야에서 일할 외국인에게 고용허가를 내주고 있다.
지금까지는 외국인에게 가사근로 분야에는 비자를 내주지는 않고 있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이고 처음부터 큰 규모는 아니고 고용노동부가 서울시와 협의해서 서울시의 가정을 대상으로 이르면 올해 연말까지 100명 정도를 채용하는 것으로 논의 중이다.
주로 필리핀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데려오기 위해서 동남아시아 국가들하고 상의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외국인이 가사도우미라는 명목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일하고 싶어도 우리나라는 취업 비자를 내주지 않았다. 취업비자에 '가사근로'라는 항목 자체가 없었다.
비전문직이라는 취업 비자 항목이 있기는 한데 주로 건설 근로자들에게 비자를 내주는 항목이었고, 가사근로자에게는 비자를 내주지 않다가 이제 '가사근로'라는 비자 항목을 새롭게 추가하게 되는 것이다.
가사도우미나 베이비시터로 조선족이 중국 동포들이 이미 입국해서 일하고 있지만, 중국 동포는 외국인이 아니라 한국계 외국인이라서 재외동포가 방문 취업을 하는 형태이다. 고국에 방문해서 취업할 수 있는 쿼터가 있다.
지금까지는 중국 동포들이 '방문 취업' 비자로 중국 동포한테 주어지는 쿼터를 가지고 가사도우미 일을 했었는데 앞으로는 한국계가 아닌 순수 외국인의 경우에도 취업을 허용하겠다는 취지이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운영 방식
지금까지 발표된 내용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운영 방식을 살펴보자. 앞으로 공청회 등을 거쳐 운영 방식을 다듬을 예정이지만 외국인 가사도우미 운영에 대한 일차적인 윤곽은 나온 상태다.
예를 들어 필리핀 사람이 가사도우미를 하기 원하면 우선 한국에서 인증받은 가사 서비스 제공 기관을 몇 군데를 정해서, 면접을 보고 신원 조회를 하는 등의 검증 절차를 거친다.
그리고 서울시에서 적당한 가정을 찾아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서비스 기관과 가정을 연결해 주게 된다. 이번에는 시범 사업이니까 여러 가지 상황들을 가정해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결과를 모니터링하게 된다. 가사도우미가 특별한 이유로 필요한 가정, 소득 수준이 높은 집과 낮은 집 등 여러 가지 그룹을 골고루 섞어서 파견해 보고 필요성이나 효과를 확인해 볼 예정이다.
베이비시터나 가사 근로자의 근무 방식은 입주와 출퇴근 두 가지가 있는데, 이번 시범 사업에서는 일단 입주는 제외하고 출퇴근 방식으로만 실시할 가능성이 많다. 입주를 하게 되면 방 하나가 별도로 필요한데, 집집마다 여건이 달라서 어떤 집은 가능하겠지만 어떤 집은 방이 없거나 방이 너무 작거나 한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인권 문제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출퇴근 방식으로 하면 아무래도 그런 걱정을 좀 덜 하면서 시작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출퇴근으로 실시하면 이분들의 숙소를 따로 구해야 되는데, 필리핀 등에서 오신 분들이 기관별 공동 숙소에서 같이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발생하는 숙박비와 교통비를 근로자 개인이 내려면 부담이 될 수 있어서 서울시가 기관에게 일부 비용을 보전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논의되고 있다.
다만 숙박비와 교통비를 근로자에게 직접 주는 것은 아니고 기관에게 교육비 등의 명목으로 자금을 지원해서 전체적으로 가사도우미 사업비용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급여 수준
이번에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을 진행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가정이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가사도우미 제도를 이용하게끔 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업에 있어서 관건은 외국인 가사도우미 분들에게 어느 정도의 급여를 지급할 것인가이다.
지금 논의되는 급여 수준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급여를 지급하는 쪽으로 논의되고 있다. 하루 8시간씩 주 40시간 근무하면 한 달에 한 200만 원 조금 넘게 받게 된다. 임금이 너무 높아지면 현실적으로 일반적인 가정에서 가사 도우미를 쓰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월 100만 원 정도로 지급해야 효과가 크다는 주장이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는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다.
그 이유는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특별영역을 따로 두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고, 법을 고쳐서 가사 근로자는 최저임금을 안 주어도 된다고 하면 가사 근로자의 노동의 가치를 너무 얕잡아보게 된다는 의견도 많다.
말하자면 주부가 하는 일은 가치가 적은 일 아니냐 이렇게 여겨질 수도 있고 또 한 군데만 미적용 대상을 열어주면 농업 분야나 소상공인도 우리도 힘드니까 최저임금 예외를 적용해 달라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 달에 200만 원을 들이면서 가사도우미를 쓸 수 있는 가정이 얼마나 있을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가사도우미 제도로 육아 부담을 줄이고 출산율 증가에도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가사도우미의 임금 수준은 우리의 현 시스템과 제도의 현실성 사이에서 고민을 하게 되는 지점이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기대효과
가사도우미 제도가 출산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한 논란도 있다. 정부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로 가사 부담, 육아 부담이 줄어들면 애를 조금 더 낳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하고 있지만, 실제 가사도우미를 활용하고 있는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 저출생 문제가 그다지 개선되지는 않았다는 반론이 있다.
다만 이들 지역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전세계적인 추세대로 출산율이 떨어졌지만, 여성의 경제 활동은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육아 말고도 간병 같은 문제를 앞으로 많이 겪게 될 테니까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돌봄 노동을 위해서도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문제는 임금 문제, 이민 문제, 돌봄 문제 등이 같이 얽혀 있는 문제로, 출생률을 높이는 데 직접적인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육아, 간병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필요를 충족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근무 기간은 아직 정확하게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6개월이나 1년 정도 시범 운영을 해보고, 괜찮으면 1년 단위로 비자를 연장해 주는 방식 등으로 논의되고 있다.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에서 실시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우리나라도 시범운영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농촌이나 공장에서 외국인들이 일하는 모습은 많이 보게 되었지만,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가정에서 외국인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은 처음이다. 인권, 임금, 다문화 등 우리 사회가 외국인 근로자와 부대끼며 겪어온 긍정적인 면과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외국인과 우리나라 모두 만족하는 방식으로 정착되길 기대해 본다.
'경제 메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년 피치 vs 2011년 S&P 미국 신용등급 강등, 미국 신용평가사 주가 영향 (1) | 2023.08.04 |
---|---|
LH 순살아파트 명단, 무량판 구조란? 인천 검단 아파트 붕괴 와우아파트 삼풍백화점 (1) | 2023.08.02 |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신용대출 시장금리 상승 원인과 전망, 코픽스 LCR 미국금리 (0) | 2023.07.24 |
2023년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CPI 발표와 미국 금리 전망, 고용지표 (0) | 2023.07.14 |
DC형 IRP 개인형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사전지정운용제도의 뜻, 취지, 의무, 활용법 (1) | 2023.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