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형 퇴직연금에 가입했다면 매월 적립되는 퇴직금을 내가 스스로 투자하면서 불려 나가야 하지만 막상 투자를 해보려 하면 수많은 투자 상품 중에서 어느 상품에 이 돈을 투자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만든 제도가 바로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으로 1년 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늘부터 정식으로 시행된다. 디폴트 옵션 제도의 뜻과 내용, 활용법을 살펴보자.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 제도
만기 자동 재예치 제도
디폴트 옵션 제도가 있기 전에는 만기 자동 재예치 제도가 있어서, 가만히 두면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정기 예금에 자동으로 재예치되었다. 그러다 보니 사실상 대기자금으로 분류돼서 낮은 수익률로 방치가 되어 있는 자금이 많았다.
이제 정식으로 디폴트 옵션 제도가 시행되면서 기존의 만기 자동 재예치 제도는 사라지고 금융사들은 의무적으로 디폴트 옵션을 적용하게 되어, 가입자의 별도 지시가 없는 상태로 4~6주가 지나면 사전에 지정됐던 상품들에 연금을 알아서 투자하게 된다.
디폴트 옵션 추진배경
퇴직연금은 회사가 운용을 맡는 DB형(Defined Benefit 확정 급여형)과 근로자 스스로 퇴직금을 운용하는 DC형(Defined Contribution 확정 기여형), 개인이 직접 가입하여 운용하는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개인형 퇴직연금)으로 나뉘고 오늘 얘기하는 디폴트 옵션 제도는 DC형과 IRP에만 해당된다.
DC형이나 IRP 퇴직연금에 가입되어 있지만 막상 퇴직금을 어느 투자상품에 넣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흔히 은행 예금 같은 현금 자산형 상품에 퇴직금을 넣어두는 경우가 많아 연 1% 안팎의 매우 저조한 수익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이 되는 적지 않은 나의 소중한 자금이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잠자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폐단을 개선해 보고자 만든 제도가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이라고 보면 된다.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의 뜻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은 직장일로 바빠서 일일이 퇴직연금으로 쌓인 퇴직금의 운용 지시를 내리지 못하는 개인이 퇴직연금을 디폴트로 정해져 있는 몇 가지 종류의 투자 상품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운용 기관이 알아서 불려 달라고 미리 요청해 놓는 제도를 말한다.
한마디로 나는 바쁘니까 나 대신 내 퇴직금을 불려 달라고 미리 정해져 있는 디폴트 투자 상품 중에서 선택한다는 것이다.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 제도가 2023년 7월 12일부터 시행되는데 이 디폴트 옵션을 어떻게 활용해야 될지 살펴보도록 하자.
활용법
만약 내가 가입되어 있는 퇴직연금이 DB형인지 DC형인지 모른다면 회사 내 연금 관련 부서에 직접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르다. DC형인 것을 확인한 후에 가입자는 최소한 처음 한 번은 디폴트 옵션 상품을 지정해야 하는데, 금융사마다 고용노동부의 승인을 받은 디폴트 옵션 상품을 일곱 개에서 최대 열 개까지 갖추고 있다.
가입자는 금융회사가 제시하는 디폴트 옵션 상품 중에 하나를 고르면 되고, 고른 후에도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디폴트 옵션 상품을 바꿀 수가 있다.
2022년 말까지 고용노동부가 승인해 준 디폴트 옵션 상품이 모두 260여 가지인데, 이 상품들은 위험도에 따라서 아래와 같이 4단계로 나뉜다.
초저위험
정기예금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거의 100% 원금이 보장된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수익률은 높지 않다. 나는 수익률이 낮아도 되니까 원금 손실만은 절대 안 된다 하는 분들에게 적합하다.
저위험
정기예금에 절반 정도 투자하고, 나머지는 생애 주기에 맞는 TDF 포트폴리오나 BF 같은 실적 배당형 상품에 투자한다.
중위험
중위험은 정기예금 비중이 20~40%로 많이 줄어들고 실적 배당형 상품 비중이 60~80%로 높아진다.
고위험
고위험은 대부분이 실적 배당형 상품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수익률은 높지만 원금 손실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ㅇㅇ 증권사 중위험 디폴트 옵션을 선택했다면 자동으로 정기 예금 30%, A은행 TDF 상품 35%, B자산운용사 TDF 상품 35%로 자동으로 구성된다.
업계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게 TDF인데, TDF는 Target Dated Fund의 줄임말로 ‘100-나이 법칙’의 원리를 적용했다고 보면 된다.
‘100-나이 법칙’의 예를 들어 내 나이가 30살이면 100-30=70으로 70% 정도를 위험자산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젊었을 때는 과감하게 위험자산에 투자하다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위험자산 비중을 줄여 나가자는 얘기다.
디폴트 옵션 상품을 고를 때도 100-나이 법칙을 비롯하여 본인의 상황과 자신의 성향에 따라 상품을 고르면 된다.
퇴직연금 시장
디폴트 옵션이 시행되면서 금융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2023년 1분기 말에 퇴직연금 적립금이 340조 원 정도인데, 서로 이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은행권이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보험사가 25%, 증권사가 22~23%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 비율은 퇴직연금 자금의 흐름에 따라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회사가 운용 계약을 맺은 금융사의 상품 중에 옮기고 싶은 상품을 신청하면 바로 옮길 수가 있고, 어떤 상품이 더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는지 운용을 잘하고 있는지 알고 싶으면 금융감독원이 운용하는 통합연금포털에 들어가면 분기별 수익률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1분기 은행권은 디폴트 옵션으로 31개 상품을 운영했는데 평균 2.9% 수익률이 나와, 2019년 연 2%, 2020년 2.26%, 2021년 1.59%에 비하면 좋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앞으로 디폴트옵션 제도가 활성화되면 은행으로 쏠려 있는 자금들이 좀 더 TDF, BF 등의 실적배당상품으로 분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퇴직연금 비교공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은 아직 시행 초기라서 많은 분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다. 또 아직까지는 다양한 상품들의 수익률이나 수수료 정보를 알기가 쉽지 않아 일단 초저위험 상품을 선택하는 비중이 2023년 1분기를 기준으로 80%나 되어 쏠림 현상이 심하다. 하지만 앞으로 금융사별로 경쟁도 치열해지고 수익률은 높이고 수수료는 낮아진다면 디폴트 옵션의 다양한 상품을 능동적으로 선택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잠자고 있는 나의 퇴직금을 디폴트옵션 제도를 활용해서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도록 활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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